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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풍운아 : 투수편 (커버이미지)
야구풍운아 : 투수편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김명원 지음 
  • 출판사에듀그리고 
  • 출판일2016-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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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야구풍운아』는 한국 야구사에서 주연이자 아웃사이더를 자처한 선수들의 이야기다. 단지 ‘좋은 때를 타고 활동하여 세상에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 파란만장한 삶을 산 이들의 기록이다. 야구사와 한국사를 가로지르며 공 하나로 마운드에서 포효하며 그라운드 밖 세상과도 맞섰던 사내들의 전기다.

변명 없이 제 길을 간 사내들

‘불멸의 거인’ 최동원부터 시작되는 이 책은 한국 야구사를 들썩이게 했던 풍운아들을 정리했다. 자타공인 한국 최고의 투수로 불리는 최동원은 가족의 확고한 지원 아래 야구를 시작해 고교시절 이미 ‘백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투수’로 불렸다. 나가는 대회마다 새로운 기록을 썼고 전국우수초청고교대회에선 ‘17이닝 연속 노히트노런’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경기가 열리면 공을 던지는 이는 언제나 최동원이었다. 국내와 국제대회를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무시무시한 실력과 존재감은 오히려 그의 앞날을 막았다. 대학 진학과 메이저리그 진출마저 뜻대로 이루지 못했다. 엄혹했던 시절, 보이지 않는 힘은 번번이 그를 주저 앉혔다. 정권 홍보든 우승이든 목적을 위해선 최동원이라는 이름 석 자가 필요했던 것이다. 고독한 에이스는 그 자리를 운명처럼 받아들였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4승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공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으로 살아온 최동원이었지만 그라운드 밖의 세계는 낯설었다. 구단은 계약을 지키지 않았고, 오히려 그를 돈만 아는 인간으로 매도했다. 급기야 선수들의 권익을 위해 나섰다 트레이드라는 명목으로 내쳐졌다. 롯데자이언츠의 영원한 별이 되고자 했던 그는 세상을 떠나고서야 그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최동원이 롯데 팬들에게 먹먹한 이름이라면, LG트윈스 팬들에게는 이상훈이 그럴 것이다. 그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뒤로하고 대학 때 14연속 탈삼진이라는 무시무시한 기록으로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서울 연고인 LG는 같은 연고의 라이벌 구단 OB베어스를 제치고 그를 데려오기 위해 기와불사를 마다않는 정성을 다했다. 그 덕분인지 입단 첫해부터 돌풍을 일으킨 그는 1994년 LG 우승의 주역이 되었고, 선동열 이후 처음으로 선발 20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진출한 일본에서 팀을 정상으로 올려놓은 이상훈은 홀연히 미국 진출을 선언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돈도 명예도 아닌 오직 세계 최고라는 이들과 한판 승부를 겨뤄보기 위해서였다. 이상훈의 선택은 늘 이런 식이었다. 그는 세상의 잣대가 아니라 자기만의 기준으로 판단했다. 돈과 명예보다는 사람과 의리였다. 대학 시절에는 선배 임수혁을 위해 힘들게 모은 돈을 선뜻 내놓았다. 구단과 불화 후 LG를 떠난 뒤에는 LG 선수들을 향해 공을 던질 수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잔여 연봉을 포기하고 SK와이번스에서 은퇴했다. 그 후 록밴드와 미용실, 술집 등을 하며 잠시 야구계를 떠났지만 그의 가슴 속에 야구가 지워진 적은 없었다. 머지않아 그는 다시 야구계로 돌아왔다. 독립구단 고양원더스 코치로 지내다 LG의 영원한 라이벌 두산베어스의 투수코치로 LG 팬들을 '멘붕'에 빠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외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2015년 LG는 유망투수를 위한 투수아카데미를 만들었고 이상훈을 초대 원장으로 임명했다. 멀리 돌아온 화해, 영원한 LG맨의 귀향이었다.

책은 최동원, 이상훈 외에도 야구팬들을 가슴 뛰게 했던 선수들을 차례로 불러낸다. ‘직구밖에 모르는 마이스터’ 구대성,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히어로’ 김건우, ‘외유내강의 승부사’ 송진우가 바로 그들이다. 이어 ‘1983년의 슈퍼스타’ 장명부, ‘천 개의 변화구를 지닌 이단아’ 장호연, ‘질풍노도의 소년’ 김병현, ‘어느 누구도 아닌, 그저 자기 자신이었던’ 박동희, ‘오늘만 사는 방랑투수’ 최향남 또한 그들만의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야구사가 곧 현대사

이들의 이름을 따라가노라면 그 자체가 야구사이자 현대사가 된다. 박정희 정권은 군부통치에 대한 사회 내부의 저항을 우회하는 한 통로로 고교야구를 지원했다. 국가와 언론의 적극적인 후원 아래 고교야구는 당대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선수들의 투지도 뜨거웠다. 강호의 싸움꾼들이 일제히 제 목숨을 건 진검승부에, 은둔고수가 세상을 놀래고 절대약자가 절대강자를 꺾는 이변에 동대문야구장은 가득 찼고, 시민들은 텔레비전 앞을 떠날 줄 몰랐다. 박노준과 김건우는 그 시절 ‘H2(two heros)’였다. 무표정한 얼굴과 깊이 눌러쓴 흰 모자가 빚는 묘한 비장감은 청춘의 상징이었다.

고교야구의 인기는 고스란히 프로야구로 이어졌다. 이 또한 정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전두환 정권은 5·18 광주 이후의 흉흉한 민심을 달래고자 스포츠를 적극 활용했고, 프로야구 출범을 서둘렀다. 국내 대기업들을 몰아붙여 1982년, 6개월 만에 만든 것이다.
엄혹한 시대, 졸속으로 시작된 프로야구. 하지만 140그램이 조금 넘는, 한 손에 들어올 만한 작은 공에 선수들은 모든 것을 걸었다. 한국시리즈 4승의 최동원, 단일시즌 최다이닝 투구(100경기 427.1이닝)를 한 장명부, 선발과 불펜, 마무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중무리(중간계투+마무리)’ 구대성은 그렇게 탄생했다. 다만 그들의 싸움은 그라운드에서 끝나지 않았다. 상명하복의 군대문화, 이러저런 연줄로 얽힌 시스템, 힘의 논리가 지배하던 그 시절 한국 사회를 꼭 닮은 프로야구는 ‘프로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 장이었기 때문이다.

장명부는 30승을 거두면 1억을 준다는 삼미구단의 말을 곧이 믿고 어깨가 부서져라 던졌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선수들의 입장을 대변하고자 선수협의회를 만들고자 했던 최동원은 온몸을 바친 롯데에 버림받았고, 역시 선수협을 주도했던 삼성의 에이스 김시진과 맞트레이드되었다. 감독의 구타에 항의하고, 연봉조정협상에서 자신의 주장을 내세웠던 장호연은 실력과 별개로 늘 트레이드 0순위였다. 2군 선수들의 열악한 처우에 분개했던 ‘회장님’ 송진우는 한화뿐만 아니라 프로야구단의 ‘공공의 적’이었다. 그저 야구만을 하고 싶어 언론을 멀리했던 김병현은 (언론에 의해) 정신이상자로 낙인찍혔다.

그럼에도 그들은 꺾이지 않았다. 누구도 아닌 그들이 택한 삶. 직구처럼 당당했고, 변화구처럼 자유로웠다. ‘레전드’를 넘어 풍운아로 불리는 이유다.

야구를 넘어선 새로운 야구사

애초 이 책은 무협지 같은 이야기를 쓰고자 했다. 인대 늘어난 어깨를 붕대로 친친 동여매고 나와 완투승 하는 투수, 발뒤꿈치 까진 걸 티 안내고 던지다 경기가 끝난 후 보니 양말이 온통 피에 젖었다는 전설. 혹은 세상이 알아주건 어쩌건 팔이 부러지든 말든 자기 공을 던진 이들의 전설.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 그저 ‘투혼’이라는 미명 아래 ‘혹사’를 묵묵히 견뎌낸, 세상과 불화할지언정 변명 없이 자신들의 길을 간 사내들만이 남았다.

잡지, 방송, 출판계에 몸담았던 작가 김명원은 오랜 야구팬으로서, 또 글 쓰는 사람으로서 이들의 기록을 남기고 싶어 했다. 시대와 야구, 인간과 야구, 야구사와 야구에 대한 글을 쓰고자 한 것이다. 우선 그 첫 작업으로 열 명의 투수를 담았다. 곧 타자들의 기록도 이어질 것이다.
120년 야구역사에 비해 야구, 특히 선수들에 관한 책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꼼꼼한 기록과 야구사를 넘나드는 관점은 프로야구 출범 35년, 프로야구 관중 800만 시대에 잊을 수 없는 감동과 울림을 줄 것이다.

저자소개

저서
<야구풍운아 : 투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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